저마다의 외로움..
오늘은 넷플릭스에 올라와있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란 영화를 봤습니다. 올해 개봉했는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꽤나 호평되었던 작품이기도 하고, 제목도 와닿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공승연 씨의 연기가 꽤 괜찮았고, 보고 나니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의미가 느껴져서 저 개인에게는 굉장히 와닿는 영화였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줄거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진아(공승연)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진아는 콜센터 직원입니다. 회사 안의 진아는 늘 무미건조한 표정과 대비되게 밝은 목소리로 고객을 응대하는 그녀는 실적도 1위인 엘리트 사원입니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따로 교류하는 사람도 없고 친한 동료도 없는 혼자입니다. 회사 밖의 진아는 꼭 이어폰을 끼고 있습니다. 집 앞에서 이웃집 남자가 뭐라고 하는지 관심도 없고, 그냥 사람이 말을 걸었으니 대충 대답하는 정도인 그녀는 사람과의 쌍방향 교류보다 TV프로그램처럼 일방적인 교류가 편한 사람입니다. 가장 편하고 아늑해야 할 집. 혼자 사는 진아의 집 거실은 기본적인 가구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썰렁해서 더 넓어 보입니다. 반면에 진아의 방은 진아의 물건들이 있어 사람 사는 느낌은 납니다. 진아의 저녁은 어느 때처럼 편의점 도시락입니다. 전자레인지에 편의점 도시락을 데우고, TV를 보며 저녁을 먹는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집이 울릴 정도로 '쾅' 소리가 났지만, 놀란 건 잠깐. 무슨 일이 있는지 나가보지도 않고 식사를 마저 합니다. 다음 날, 출근을 하니 진아에게 팀장이 새로운 직원 수진(정다은)의 교육을 맡깁니다. 늘 같은 일상인 진아에게 새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도 귀찮고, 어색하지 않게 계속 말을 거는 수진이 오히려 불편합니다. 혼자가 편한 진아에게 혼자서 하는 것들을 불편해하는 수진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수진은 사수인 진아에게 계속 살갑게 말을 걸지만, 선을 긋는 진아의 행동에 상처만 받습니다. 진아는 옆집 살던 남자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새로 이사 온 남자는 전에 살던 남자를 위해 제사를 지내준다고 합니다. 살가운 수진과 옆집으로 이사 온 성훈은 계속 진아에게 말을 걸고 진아의 감정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늘 똑같았고 혼자라고 생각했던 진아의 일상에 새로 나타난 수진과 성훈이 진아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킵니다.
외로움에 대하여
영화는 평범했습니다. 1시간 30분동안 대한민국의 현대인인 진아의 별다를 것 없는 생활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울립니다. 진아의 일상을 보면서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 만큼, 다른 사람들도 느꼈을 법 한 이야기. 사회초년생인 수진을 교육하는 진아에게 잘 좀 하라며 타박을 주던 팀장에게 진아는 "팀장님이 제 사수일 때랑 똑같이 하고 있다고요."라고 말합니다. 진아도 처음엔 수진처럼 말도 많고 실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아가 지금처럼 무미건조하게 변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일이 힘들 때, 무표정으로 목소리만 친절한 제가 겹쳐보였습니다. 실제로 콜센터 상담원이라는 직업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고객에게 상처 받지 않으려면 감정을 버리고 일해야 했을 겁니다. 저 또한 나이가 먹을수록, 세상을 경험할수록 제 감정을 죽이게 됩니다. 지금의 저는 진아처럼 사람과의 교류도 귀찮고, 혼자있는 것이 가장 편한 상태입니다. 사람과의 교류로 인해 상처 받고 감정 소비하는 것에 질렸기 때문이죠.
엄마를 지켜보기 위해 집에 홈카메라를 설치한 진아. 진아의 어머니가 미웠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재산을 바람났다가 뒤늦게 돌아온 아버지에게 넘겨주는 것을 어느 딸이 바랄까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밉지만, 진아가 이제 유튜브나 TV를 보는 것이 아닌 홈캠으로 아버지를 지켜보는 모습에서 그래도 가족을 생각하는 진아의 모습이 보입니다. 또 평소에 교류를 하지 않았지만 옆집 남자의 제사에 참여한 주민들과, 아내가 죽자 교회 활동에 열을 올리거나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진아와의 교류를 이어 외로움을 달래려던 진아의 아버지까지.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한가 봅니다. 외로움을 몰랐으면 괜찮았겠지만, 타인이 파고들어 외로움을 아는 순간 혼자 있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진아의 일상이 공감되어 영화를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처음은 진아 혼자였지만, 끝은 어쩐지 '함께' 있다고 알려주는 듯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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