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ATHY FOR LADY VENGEANCE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복수 시리즈입니다. 한국식 영화 제목만 들으면 정말 말 그대로 '친절한 금자씨'의 이야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영어 제목을 보면 또 다릅니다. <복수는 나의 것=SYMPATHY FOR MR. VENGEANCE>의 연장선입니다. 직역하자면 복수하는 여자에 대한 연민, 동정이 되겠습니다.
친절한 금자씨 줄거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금자(이영애)가 13년 반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13년 전, 6살짜리 소년을 유괴한 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이 잡힙니다. 잔인한 살인 수법이 믿기지 않게 아름다운 금자. 살인범임에도 불구하고 금자의 패션까지 유행을 타고 이슈가 됩니다. 교도소에 들어간 금자는 자신을 '천사'라고 이야기하는 전도사(김병옥)의 말에 정말 천사처럼 행동합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누구에게든 친절하게 대해주며 이상할 정도로 잘해주는 금자. 다들 입을 모아 금자를 '천사'라고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유괴당한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간증하고, 눈물을 흘리며 보낸 오랜 감옥생활을 끝내고 먼저 출소한 교도소 동료들을 찾아갑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건,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양희'. 양희는 기둥서방을 죽이고 교도소에 갔고, 금자가 그런 양희를 달래주며 둘은 친해지게 됩니다. 금자를 보며 많이 변했다는 양희. 벌써 작전을 개시했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금자의 작전은 이미 13년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양희는 금자에게 살 집을 빌려주고 그날 밤, 금자는 누군가를 죽이고 행복해하는 꿈을 꿉니다. 그리고 다음날, 금자는 본인이 유괴 후 살해했던 아이 '원모'의 부모님 집을 찾아갑니다. 아이의 부모 앞에서 용서를 빌며 손가락을 자르는 금자. 아이 엄마의 신고로 금자는 병원에 실려가고 교도소에서 13년 동안 번 돈을 몽땅 수술비로 쓰게 됩니다. 금자는 동네의 한 제과점에서 일자리를 구한 후 두번째 동료를 찾아갑니다. 두 번째 동료는 사제 총을 만들어 강도짓을 하다 잡혀 온 '우소영(김부선)'이었습니다.
소영은 교도소 생활 중 공에 맞고 쓰러졌는데, 알고 보니 '만성 신부전증'으로 아픈 상태였습니다. 금자는 한치의 고민 없이 본인의 신장을 떼어주기로 하고, 금자는 소영의 생명의 은인이 됩니다. 금자는 교도소에서 치매에 걸려 아무도 돌보려하지 않은 간첩 고선숙 할머니를 정성스럽게 돌봐주고 '법구경'이라는 책 한권을 얻었는데, 이 책을 소영에게 건네줍니다. 책의 뒷장에는 총을 만드는 법이 적혀있었고, 소영은 책에 적힌 방법대로 총을 만들어 금자에게 건내줍니다.
세 번째 동료는 간통죄를 저지르고 들어온 '오수희(라미란)'. 수희는 간통을 저지른 남편과 상대 여자를 살해 후 먹었다는 '마녀(고수희)'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런 수희를 마녀에게 복수를 해준 금자. 수희는 금자를 위해 은장신구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과점에서 일하고 있는 금자에게, 13년 전 사건의 형사가 찾아옵니다.
13년 전, 사건의 조사 당시 상황 재연을 하는 금자는 조금 이상했습니다.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유괴한 아이의 물건 색도 모릅니다. 사실은 이랬습니다. 금자가 19살에 임신을 했고, 어쩔 줄 모르던 금자는 교생실습을 나왔던 '백 선생(최민식)'에게 전화를 하게 됩니다. 백 선생과 지내게 된 금자. 백 선생은 원모가 운다며 죽여버렸습니다. 백 선생 금자가 본인 대신 자백하지 않으면 금자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게 만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금자는 입양센터에서 13년 전 헤어졌던 딸 제니의 정보를 찾아내고 제니를 만나기 위해 호주로 날아갑니다. 성격이 화끈하게 커버린 제니는 제니의 양부모와 금자 씨를 설득하여 함께 한국으로 오게 됩니다.
영어 학원에서 일하는 '백 선생'. 그리고 그 백 선생의 아내는 금자의 복수를 도와줄 마지막 동료 '박이정(이승신)'입니다.
금자를 스토킹 하던 전도사는 백 선생에게 금자의 소식들을 알려주고, 백 선생은 자신의 아내가 금자와 만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백 선생은 납치범 1(송강호)과 납치범 2(신하균)에게 금자의 처리를 맡깁니다. 딸 제니와 함께 있을 때 마주친 그들을 총으로 쏴버린 금자. 딸을 업고 겨우 백 선생에 집에 도착합니다. 금자는 이정이 수면제를 섞어 차려놓은 밥을 먹고 잠든 백 선생의 머리카락을 마구 자른 후 백 선생을 꽁꽁 묶어버립니다. 그리고 제니의 편지를 발견한 금자는 잠에 취한 백선생을 데리고 폐교로 갑니다. 그리고 영어 학원 선생인 백 선생을 통역으로 쓰며 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이야기합니다. 금자는 백 선생을 죽이려 했지만, 결국 죽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백 선생의 품 안에서 나는 휴대폰 소리. 휴대폰을 꺼내보니 그동안 백 선생이 죽였던 아이들의 물건들이 나옵니다. 금자는 백 선생에게 죽임을 당한 아이들의 유족들을 부르고, 그들에게 백 선생의 처벌을 맡깁니다.
순수했던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
친절해 보일까 봐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닌다는 금자 씨. 교도소에서의 모습은 정말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이영애 배우의 연기를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처음인데, 이영애 배우에게 낙인처럼 있는 CF 속 청초하고 우아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선택한 것이 정말 뛰어난 배역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영애 씨의 조곤조곤, 나긋한 말투 덕분에 복수하는 여자치고는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영애 배우의 목소리가 정말 감미롭고, 듣기 좋았습니다. 영화의 진행 방식도 재밌었습니다. 그저 밖에서 나는 소음이라고만 생각했던 소리가 과거의 백 선생과 금자의 소리였다는 걸 알게 된 후, 영화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과 소리에서도 의미를 찾게 되더라고요. 2005년에 나온 영화인데도 오래된 느낌이 나지 않아요. 음악마저 센스 있는 영화. 보고 나니 여기저기서 상을 받은 이유를 알겠습니다. 즐거운 감상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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