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이 아닌, 비바리움!
테라리움 또는 테라리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테라리움은 'Terra(땅)'과 'arium(공간)'을 합친 단어로, 밀폐된 유리 용기, 또는 어항같이 생긴 작은 유리병에 식물을 키우는 것을 말합니다. 코로나19 탓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식물 가꾸기도 유행 하면서 테라리움도 인기가 많아졌는데요. 그렇다면 비바리움은 무슨 뜻일까요? 사전에 등록된 뜻으로는 '(과학연구를 위한) 동물 사육장'이라고 나옵니다. 영화의 제목부터, 포스터까지 심상치가 않습니다. 저는 웨이브에서 관람했습니다.
비바리움 줄거리 및 결말
영화는 둥지에서 뻐꾸기가 태어나, 다른 새와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며 시작됩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주인공 젬마는 오래된 남자 친구 톰과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한 부동산에 가게 됩니다. 둘은 부동산 중개인에게 '욘더'라는 전원 마을을 소개받는데, 설명만 들으면 누구나 혹할 만한 아주 멋진 마을 같습니다. 위치가 어디냐는 젬마의 말에 부동산 중개인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둘은 중개인의 차를 따라 '욘더'마을로 향합니다. 젬마와 톰은 똑같이 생긴 여러 개의 집을 지나 9호 집을 구경하게 됩니다. 집을 둘러보던 젬마는 입주 날짜를 묻기 위해 중개인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젬마와 톰은 이상함을 느끼고 서둘러 이 마을을 벗어나기로 하고 차에 타는데, 어쩐지 같은 장소를 빙빙 도는 느낌이 듭니다. 핸드폰 수신호도 잡히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밤이 되도록 돌아다녔지만, 정적만 흐르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다시 9호 집으로 오게 됩니다. 꺼림칙했지만 방법이 없던 둘은 이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다음 날 아침, 이 마을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던 톰은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지붕 위에서 보이는 것은 똑같이 생긴 집들이 나열된 모습입니다. 결국 정원을 건너고,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해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려는 톰과 젬마. 해가 지고 수십 개의 울타리를 넘어 드디어 빛이 보이는 집을 발견하게 된 젬마는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집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9호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집을 비운 사이 집에는 생필품과 음식들이 도착해있었습니다. 화가 난 톰은 종이 박스를 이용해 집에 불을 지르게 되고, 둘은 타들어가는 집을 보며 밖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다음날 깨어난 이들 앞에 놓인 상자 안에는 갓 태어난 아이가 들어있었는데, 상자에는 '아이를 키우면 풀려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쓰여있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제 불태운 9호 집이 새 집처럼 지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정상적이지 않게 빠른 속도로 자라 소년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젬마와 톰 앞에서 이상한 목소리로 그들이 했던 말과 행동을 따라 하고,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어느 날, 톰은 잔디 속에 있던 땅을 보고 땅을 파는 것만이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매일같이 땅 파기에 몰두하게 됩니다. 늦은 밤,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놀란 톰과 젬마는 잠에서 깨어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아이가 TV로 이상한 그림을 보고 있었습니다. TV를 끄며 아이를 말려보지만, 아이는 끝까지 TV를 보려고 하고 젬마는 포기하고 마음대로 하라고 합니다. 아이의 이상하고 소름 끼치는 행동에 쌓였던 게 폭발한 톰은 아이를 차에 가두고 죽게 내버려 두기로 합니다. 젬마는 그런 톰을 말리고, '톰'은 아이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젬마는 아이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차에서 아이를 데려와 엄마처럼 보살펴주기 시작합니다. 이번 일로 젬마와 톰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지게 됩니다. 하루는 아이가 없어졌다 나타났습니다. 아이의 손에는 책이 들려있었고, 아이가 들고 온 책을 보고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의 비밀을 풀기 위해 흉내내기 게임을 제안합니다. 젬마와 톰을 흉내 내는 아이를 칭찬하며 '오늘 만난 사람'을 흉내 내 보라고 한 젬마. 아이가 흉내 낸 것은 사람이 아닌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무엇이었습니다. 충격받았냐고 묻는 아이에게 젬마는 나는 네 엄마가 아니라며, 집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아이는 이곳이 젬마의 집이라고 합니다.
어느덧 아이는 남자 어른이 되었습니다. 젬마가 남자의 비밀을 풀기 위해 남자를 쫓던 사이, 톰은 땅 속에서 시체 한 구를 발견하게 됩니다. 매일 땅만 파다 병든 톰은 시체를 발견하고는 희망을 잃습니다. 그리고 아픈 톰을 데리고 집에 들어가려 했지만 남자가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아 집 밖에서 지내게 됩니다.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톰은 죽게 됩니다. 그리고 남자는 상자 하나를 가져옵니다. 안에는 시체를 담을 수 있는 비닐이 있었고, 결국 톰은 비닐에 쌓여 자신이 판 구덩이 속에 묻히게 됩니다. 톰의 죽음에 화가 난 젬마는 남자를 죽이려 하고, 부상을 입은 남자는 길바닥을 열고 도망을 칩니다. 도망치던 남자를 쫓아 길바닥 속 방으로 들어간 젬마. 그곳엔 자신처럼 욘더에 갇혀 아이를 보살피며 울고 있는 여자와 자살한 남자를 보게 됩니다. 젬마는 다시 9호 집으로 오게 되며 죽습니다. 결국 젬마는 톰과 함께 묻히게 되고, 남자는 그들이 타고 왔던 차를 타고 마을을 나갑니다. 남자가 간 곳은 톰과 젬마가 집을 알아보러 갔던 부동산이었습니다. 중개인은 남자에게 자신의 명찰을 주고는 죽어버립니다. 영화는 남자가 중개인에게 '마틴'이라는 이름을 넘겨받으며 끝이 납니다.
감독의 사회 비판 풍자가 담긴 SF영화
구름마저 인위적으로 그려서 만들어놓은 것 같은 마을 '욘더'. 그저 집을 얻고 싶어 했던 소박하고 평범한 커플은 왜 욘더라는 유리병에 갇히게 된 걸까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보여준 뻐꾸기 장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다른 새가 그 알을 키우게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알에서 태어난 뻐꾸기는 자기만 잘 살기 위해서 자기를 제외한 모든 새와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버립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톰과 젬마에게 강제로 둥지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게 하고, 결국은 둘은 고생만 하다 죽습니다. 톰과 젬마 덕분에 잘 큰 아이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서 뻐꾸기인 부동산 중개인이 됩니다. 처음 집을 소개해주던 중개인이 젬마를 따라 하던 모습에서 소름이 끼쳤는데, 영화의 마지막이 되니 이유를 알겠습니다. 톰과 젬마가 누군가에 의해 욘더에 던져졌듯이, 우리의 삶도 던져짐 안에서 순응하고 감내해야 한다는 면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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